K-드론 3강, ‘전시’ 넘어 ‘수출’로 판 바꾼다… KAI·LIG넥스원·에이럭스 역할 분화

-우크라이나가 증명한 ‘숫자’가 아닌 ‘통합 속도’… 유무인 복합·군집 생태계 재편
-수출은 기체보다 ‘패키지’ 싸움… 운용개념·보안·정비·훈련 묶어야 계약이 실행돼



fbe32982f4307.png[사진=LIG넥스원]


부산 벡스코에서 25일 개막한 ‘드론쇼코리아 2026(DSK 2026)’은 드론 산업을 “무엇을 만들었나”에서 “어떻게 싸우고 어떻게 팔 것인가”로 옮겨놓은 자리였다.

부산시와 산업통상부·국토교통부·국방부·우주항공청이 공동 주최하고 벡스코와 한국무인기시스템협회가 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27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23개국 318개 기업이 참여해 1200개 부스를 꾸렸다. 지난해(15개국 306개사·1130개 부스·방문객 약 4만명)보다 외형이 커진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변화는 ‘전장(戰場)과 수출’을 기준으로 산업 축이 갈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현장 상담 3000여건, 계약 465건, 업무협약(MOU) 39건이 성사됐다는 수치가 말해주듯 DSK는 기술 전시를 넘어 거래가 일어나는 장으로 진화해 왔다.

올해 전시의 중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다. 육군은 정찰·타격 통합 운용 체계, 해군은 해상 무인전력 운용 전략, 공군은 무인항공체계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각 군의 요구조건(ROC)’이 전시장에 그대로 투영됐다.

기술은 화려해졌지만, 현장에서 확인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인 ‘드론이 싸움을 바꾼다’가 아니라 ‘탐지–판단–타격을 얼마나 통합하느냐가 전장을 지배한다’는 사실이다.

전파방해(EW)와 기만, 대공망과 요격체계가 얽히는 환경에서는 드론이 많아도 지휘통제(C2)·데이터링크·표적식별이 흔들리면 전투 효율이 급락한다.

반대로 C2가 버티면 드론은 센서이자 탄약이자 미끼가 된다. 결국 경쟁의 본질은 기체 단품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묶인 체계 종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ed5a3e4af81b6.png KAI가 개발하는 소형 무인기 모형들 [사진=KAI]


 이 지점에서 국내 ‘드론 빅3’의 역할 분화가 뚜렷해진다. 한국항공우주(KAI)는 전장 상위 구조, 즉 유무인 복합체계(MUM-T) 중심의 ‘체계 통합 운용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KF-21과 AAP-220, FA-50과 AAP-150 연계를 제시하며 유인 플랫폼을 지휘·결심의 중심에 두고 무인 협업기를 고위험 지역 선행 투입과 분산작전, 정밀타격 임무 확대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KAI가 개발 중인 SUCA(AAP-150·AAP-220)는 바로 이 “소모 가능한 협업 전력”의 방향을 겨냥한다. 단순히 드론을 늘리는 접근이 아니라, 유인기의 생존성과 전장 인지(센서 범위·표적 갱신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설계다.

여기에 LAH와 NI-100VT 결합의 회전익 유무인복합, 해상초계무인기, 군단정찰용 무인기-B2 전시를 통해 해상·지상 전 영역 ISR(정보·감시·정찰)로 확장했다. KAI가 ‘비행체 회사’를 넘어 ‘통합전력 솔루션’으로 언어를 바꾸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전장에서 드론은 플랫폼이 아니라 전력 구조를 바꾸는 모듈이기 때문이다. 차재병 KAI 대표이사는 “미래 전장은 유인과 무인이 하나의 팀으로 통합 운용되는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그 중심에는 AI 기반 자율·지능화 기술이 있다”고 했다.
 

​db4bc2df8337c.png국내 개발 중인 소형 드론 [사진=뉴스로드]


LIG넥스원은 전투의 하위 레이어, 즉 실제로 “적을 찾고(탐지) 붙고(추적) 때리는(타격)” 구간의 시간을 단축하는 기술에 집중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개발하는 캐니스터 발사 방식(다연장 발사형)의 군집 운용 자폭형 소형 무인기를 처음 공개했다는 대목이 상징적이다. 군집 자폭형은 단순한 ‘드론 한 대’가 아니라 포화(飽和) 개념을 전제로 한다. 값비싼 단일 플랫폼을 보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수의 저비용 무인기를 동시에 투입해 방공망의 처리 용량과 지휘 결심의 속도를 압박한다.

이 모델이 성립하려면 하드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발사–항법–표적 분배–충돌 회피–재공격 같은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돼야 하고, 전자전 환경에서 통신이 불안정해도 임무가 유지돼야 한다. LIG넥스원이 체계 종합과 AI 분야 참여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중형 무인기 공통 플랫폼(MCUP), 탑재중량 40kg급 하이브리드 수송 드론,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MPD)까지 전시하며 “정찰–타격–수송”의 무인 전력 라인을 묶었다. EO/IR(전자광학·적외선)과 전차용 EOTS(전자광학 추적장비) 같은 센서 체계도 함께 내세웠다. 전쟁이 드론의 시대가 됐다고 해서 센서의 중요성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표적을 제대로 잡는 능력”이 드론 전력의 효율을 좌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LIG넥스원이 정면으로 보여준 셈이다.


1ae08bd640114.png[사진=에이럭스]


 에이럭스의 포지션은 다르다. 100% 국산 교육용 상용 드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장 기술의 과시가 아니라 산업의 저변을 깔겠다는 전략이다.

전쟁과 수출이 드론 시장을 키우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장은 결국 “운용할 사람”과 “표준화된 훈련”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드론은 항공기보다 운용 장벽이 낮아 보이지만, 실제 전력화 단계에서는 조종·정비·임무계획·안전관리·보안 규정이 패키지로 붙는다. 여기서 교육용 기체는 단순한 학교 기자재가 아니라 인력 파이프라인과 운용 표준을 만드는 기반 장비가 된다.

에이럭스는 전장 상·하위 구조 경쟁을 떠받치는 ‘생태계 인프라’ 축을 담당한다.


군집비행 기술을 가진 파블로항공, 국산 부품 전문기업 볼로랜드 등이 함께 전시에 나선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군집과 자율비행이 커질수록 부품 국산화·정비 체계·시험평가 역량이 뒤따라야 하고, 이 기반이 약하면 수출은 한 번에 끝나는 ‘행사’로 끝나기 쉽다.

수출 관점에서 보면, 올해 DSK는 “드론을 팔겠다”가 아니라 “체계를 팔겠다”로 프레임을 바꿨다.

해외 고객이 실제로 돈을 내는 지점은 기체의 스펙 시트가 아니라 운용개념(ConOps)과 패키지다. 첫째, 상대국의 전장 환경에 맞는 ‘유무인 팀 전술’과 임무 분장, 둘째, 전자전·통신 두절 상황에서도 작동하는 자율성 수준, 셋째, 기술보호·사이버 보안 체계, 넷째, 정비·부품·교육·시뮬레이터까지 포함한 지속지원(MRO·ILS)이다. 이 네 가지가 묶이지 않으면, 계약은 상담 단계에서 멈춘다. 반대로 이 패키지를 갖추면 드론은 항공기·지상무기·함정과 연결된 “복합 판매”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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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부스 전경 [사진=KAI]

KAI가 KF-21·FA-50 같은 유인 플랫폼과 협업 무인기를 한 장에 올려놓는 이유가 바로 수출 구조 때문이다. 플랫폼을 가진 쪽은 최종 고객에게 ‘전력 구조’를 제안할 수 있고, 전력 구조를 제안하는 쪽이 예산 배분을 이끈다.

LIG넥스원의 수출 논리는 ‘현장 효율’이다. 군집 자폭형과 정찰·타격 복합 드론, 수송 드론이 한 회사 라인업에서 연결되면, 고객은 단품 구매가 아니라 “임무 묶음”으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여기에 EO/IR 같은 센서까지 같이 제시하면, 표적획득부터 타격까지의 체인이 하나의 공급망 안에서 구성된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장비 손실이 반복될수록 고객은 ‘성능 최고치’보다 ‘지속적으로 채울 수 있는 체계’를 선호한다. 군집·소모성 전력의 핵심은 값만 싼 기체가 아니라, 계속 운용되도록 공급·정비·교육이 돌아가는 구조다. 이 구조를 제시하는 기업이 수출에서 강해진다.

에이럭스는 수출 정면 돌파와 함께 우회로를 만든다. 교육·상용 드론은 전통적인 방산 수출처럼 한 번의 대형 계약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신 학교·기관·산업 현장에 깔리며 인력과 운용 표준을 누적한다. 해외 시장에서도 “인력 양성–운용 표준–장비 보급”의 순서가 맞물리면 장기 계약과 반복 구매로 이어진다. 드론이 스마트시티·공공안전·산업 점검으로 확장되는 흐름에서, 이런 저변 수요는 방산 수요보다 변동성이 낮고 꾸준하다. 방산이 경기라면, 교육·상용 생태계는 기후다. 기후를 잡는 기업은 유행이 바뀌어도 살아남는다.



b81fac84b7fc0.png드론 모터 이미지 [사진=에이럭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특별 기고로 실린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장의 군사 동향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드론은 현대전의 핵심 전력으로 부상했으며 주요국들은 군사용 드론 개발과 운용 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보고서는 군사용 드론이 공격·자폭·기만·전자전·정찰·수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지능형 복합체계로 진화하고, 유인 전력과 협업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로 발전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특히 소형 드론은 낮은 비용과 높은 운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전장 종심 작전에 적극 활용되며, 비용 대비 효과가 높아 군사적 활용 범위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 군사학과장은 <뉴스로드>에 “드론이 전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활용 범위와 기술 수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로 남지 않기 위해 정부 지원과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군사용 무인기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출처 : 뉴스로드(http://www.newsro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