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GO] ‘한국형 군용 인증체계’의 경고… 국방 드론 정책이 요구하는 진짜 역량

- 6만대 교육용 드론, 2만대 소모성 드론의 시대, ‘제조 역량’ 없는 정책은 공허하다


a8991be336021.png[이미지=제미나이/뉴스로드]


국방부가 지난달 발표한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의 핵심은 숫자에 있다. 2030년까지 한국형 장거리 자폭무인기(K-LUCAS) 전력화, 소모성·저비용 드론 2만대 이상 확보, 교육용 상용드론 6만여대 도입, 50만 드론 전사 양성.

이 계획은 드론을 특정 부대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장병이 개인화기처럼 운용하는 기본 전투 수단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확인된 지 수년이 지난 만큼 만시지탄이 있지만, 지당하고 환영할 만한 조치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그 드론들을 실제로 설계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 국내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우크라이나 전장이 증명한 ‘공급망 통제’의 냉혹한 현실

드론이 현대전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실리적이고 냉혹한 교훈을 던졌다. 개전 초기 우크라이나는 민간 상용 드론을 급조해 전과를 올렸으나, 이내 치명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글로벌 상용 드론 시장을 독점한 중국 기업이 드론의 비행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상대국에 유리하게 제공하거나, 특정 지역의 비행을 소프트웨어로 제한(지오펜싱)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이후 중국이 드론 및 핵심 부품의 수출 통제에 나서자 전장에서는 극심한 드론 품귀 현상이 발생했다.

이 사례는 완제품의 수입이나 단순 조립 수준의 드론은 공급망이 차단되거나 소프트웨어가 통제당하는 순간 전장에서 고철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열악한 전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부품 국산화와 자체 제조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리고 불과 수년 만에 우크라이나는 드론 강국으로 거듭났다.

▲ 보이지 않는 무기, ‘백도어’를 통한 정보 유출 리스크

하드웨어 공급망 통제보다 더 은밀하고 치명적인 위험은 소프트웨어 보안과 정보 주권의 잠식에 있다. 제조국을 알 수 없거나 검증되지 않은 해외 부품, 특히 드론의 두뇌 역할을 하는 비행제어장치(FC)의 펌웨어에 악성 '백도어(Backdoor)'가 심어질 경우 전장의 모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유출된다.

군용 드론이 촬영한 아군의 영내 지형, 주요 작전 기지의 위도·경도 좌표, 비행 경로 등의 민감한 정보가 통신망이나 업데이트 과정을 거쳐 해외 서버로 무단 전송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유사시 원격 제어권을 탈취당해 아군의 드론이 아군을 공격하는 무기로 돌변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이 자국 군과 공공기관에서 중국산 드론 및 관련 부품을 전면 퇴출한 결정적 계기도 바로 이 보안 스파이웨어와 백도어 우려였다. 물리적 제조 능력을 넘어, 내부 소프트웨어 소스코드까지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기술적 순혈주의가 요구되는 이유다.

▲ ‘드론 주권’과 한미동맹

현재 전 세계 방산 시장의 최대 화두는 이처럼 '드론의 탈중국화'를 통한 드론 주권(Drone Sovereignty)의 확보로 요약된다. 외형만 국산일 뿐, 핵심 부품과 하드웨어를 중국에 의존하는 구조는 공급망 리스크는 물론 국가 안보의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대한민국 제1호 방위사업학박사 최기일 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상지대 교수)은 이에 대해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리스크를 지적한 바 있다. 최 소장은 "우리 국방체계의 핵심 축은 한미동맹이며, 이미 미국은 중국산 드론은 물론 중국산 부품까지 공급망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Blue UAS'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한국군이 중국산 부품이나 백도어 리스크에 노출된 드론을 계속해서 운용한다면, 향후 연합 작전이나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서 심각한 보안 결격사유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드론 국산화는 단순한 산업 육성 논리가 아니라, 동맹의 신뢰성과 군의 작전 능력을 담보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 ‘한국형 인증체계’가 요구하는 자격 기준

국방부가 이번 정책에서 '한국형 상용드론 군용 인증체계' 구축을 명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의 Blue UAS 프로그램에 상응하는 이 인증제도는 군이 신뢰할 수 있는 드론 공급자의 공급망과 품질, 보안성을 사전에 검증하는 구조다.

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자격은 결국 핵심 부품을 국내에서 직접 설계·생산하고, 리스크가 없는 클린(Clean) 부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양산 인프라를 갖췄느냐로 귀결된다. 향후 이 인증 체계는 한국 드론 방산 시장의 새로운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시장에서는 이러한 기준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육군 교육용 상용드론 구매 사업에서 1순위를 기록한 에이럭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럭스는 비행제어장치(FC), BLDC모터, 변속기(ESC), GPS, 조종기 등 핵심 부품 전체를 국내에서 자체 설계·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펌웨어와 소스코드를 자체 제어함으로써 백도어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고, 연간 수백만 대 규모의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양산 인프라를 보유해 국토교통부로부터 '드론 모터 공급망안정화 선도사업자'로 지정되기도 했다. 단기 마진을 위해 저렴한 수입 부품을 조립하던 업계의 관행 대신, 부품 자립과 양산 시설에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2순위 프리뉴 역시 자체 기술과 국산 부품 적용 비율을 높여 군의 엄격한 기술평가를 통과하며 제조 역량을 공식 인정받았다.

▲ 무늬만 국산 드론, 지속가능한 정책이 될 수 없다

국방부는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협력해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드론용 탄약을 국방부 주도로 개발·규격화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 분야 최대 수요자인 군이 국산 드론 6만여대 도입에 나선다는 사실은 국내 제조사들에게 강력한 시장 시그널이 되고 있다.

결국 이 거대한 국방 정책의 성패는 드론 한 대를 온전히 직접 만들 수 있는 제조 역량에 달려 있다. 하루에 수천 대씩 소모되는 현대전의 특성,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안보 위협을 감안할 때, 안정적인 클린 공급망과 대량 양산 인프라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교한 정책도 결국 '무늬만 국산'인 수입 드론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중국은 전 세계 드론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으며, 특히 DJI는 무려 70%를 장악하고 있다. 여러 국가들이 탈(脫)중국을 외치는 가운데, 드론은 새로운 K방산의 시장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정책적 방향성이 정립된 지금, 그 선언을 지속 가능한 국방력으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 진짜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들의 몫이자 주권 확보의 시작이다.


출처 : 뉴스로드(http://www.newsroa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