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GO]1조원 구축함 뚫은 3억 드론…K-드론에 열린 '글로벌 방산의 창'

미국·대만 공급망에서 지워지는 중국산… K드론, 글로벌 방산의 빈자리 꿰찰 골든 타임
군 50만 드론 사업이 쏘아 올린 신호탄, 단순 조립 넘어 글로벌 방산 공급망 재편 주역으로


1bc1ea499d3ac.png국내 개발 중인 소형 드론들 [사진=뉴스로드]
 

지난 5월 대만해협에서는 조용한, 그러나 인류 전쟁사를 뒤흔들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스타트업 시샛(Seasats)이 개발한 길이 3.5m, 무게 138kg에 불과한 소형 무인수상정 ‘라이트피시(Lightfish)’가 대만해협을 자율 횡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닷새간의 항행 동안 이 작은 드론은 중국 해군의 056형 호위함을 비롯한 첨단 군함들을 수십 미터 거리까지 바짝 추적하며 생생하게 촬영했다.

제작 비용은 단돈 25만 달러(약 3억 8000만원). 1조원이 넘는 중국의 최첨단 유인 구축함이 고작 수억원짜리 무인 기체에 안방을 내주며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값싼 무인 드론이 고가의 첨단 무기 체계를 무력화하는 ‘전쟁 패러다임의 전복’이 가상 시나리오가 아닌 현실로 구현된 순간이었다.

지금 글로벌 전장은 ‘물량과 속도’의 싸움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는 매일 2000대의 드론이 지상으로 쏟아지며 소모된다. 대만이 최근 소형 자살 드론 등 총 21만 대의 무인기 구매를 위해 약 10조 2000억원 규모의 조달 조례 초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대만이 이 막대한 예산을 무기 수입이 아닌 ‘자국 내 자체 생산’으로 명시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역시 ‘복제자(Replicator) 이니셔티브’를 통해 수만 대의 소모성 자율 드론을 자국 산업 기반 위에서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국방의 핵심 자산은 고가의 정밀 무기 한 기가 아니라, 수만 대의 드론을 안정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제조 인프라와 공급망’으로 이동했다.

자주국방은 구호가 아닌 산업의 문제다.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는 드론은 공급망이 흔들리는 순간 전장에서 고철로 변한다. 반면 기체 설계부터 핵심 부품까지 국산화한 공급망을 가진 국가는 전시 상황에서도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해 낼 수 있다.

이 거대한 문법의 전환 한가운데서 한국 드론 산업에 전례 없는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을 장악해 온 중국의 압도적인 지배력이 ‘보안과 신뢰’라는 안보의 벽에 부딪혀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서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중국산 드론과 부품을 군 조달에서 원천 차단했고, 대만 역시 “중국산 부품 불가”를 못 박았다.

중국이 비운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필요하다. 중국산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 공급망, 대량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양산 인프라, 그리고 군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신뢰 이력(Track Record)이다.

최근 대한민국 육군이 진행한 총 1만 1376대, 295억원 규모의 ‘교육용 상용드론(II) 구매 사업’은 이 조건들을 검증하는 첫 번째 공식 시험대였다. 우리 군이 ‘핵심 부품 국산화율’을 가장 중대한 평가 기준으로 내건 이번 입찰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최종 3개 사의 면면은 한국 드론 산업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종합 평가에서 가장 앞서가며 1순위를 기록한 에이럭스는 드론 업계 최초의 코스닥 상장사로서 다져온 ‘대량 양산 인프라’를 무기로 내세웠다. 이들은 비행제어장치(FC)와 전자식 변속기(ESC) 등 핵심 부품을 자체 설계해 내재화했으며, 연간 수백만 대 규모의 국산 부품 생산 능력을 인정받은 공급망 안정화 선도기업이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대량 생산과 단가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대규모 군 조달의 최적임자임을 증명해 냈다.

그 뒤를 바짝 쫓아 2순위에 이름을 올린 프리뉴는 견고한 ‘기술 완성도와 모험자본의 신뢰’가 돋보이는 비상장 강자다. 지난해 150억 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투자를 유치하며 기체 국산화와 제조 인프라를 대폭 키워온 프리뉴는, 군의 까다로운 기술 및 보안 평가를 자력으로 통과하며 자금력과 기술력이 결합했을 때 나오는 폭발적인 실질 경쟁력을 입증했다.

마지막으로 3순위를 차지한 에이디시스템은 이미 군에서 검증받은 ‘실전 배치 이력’이 강력한 무기다. 스텔스 수직이착륙 무인기(VTOL)를 자체 개발해 제조 능력을 다져온 이들은, 다른 기업들이 넘기 힘든 군의 까다로운 실전 작전 환경에 최적화된 기체를 공급해 온 실질적인 축적의 시간을 증명하며 마지막 우선협상 조각을 채웠다.

이번 사업의 통과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입찰 수주 그 이상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군이 이 세 기업의 기술력, 국산화 체계, 그리고 대량 양산 인프라를 공식적으로 검증했다는 ‘품질 보증서’이기 때문이다. 군 납품 이력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격차는 향후 정찰·감시 및 소모성 드론 대량 공급 등 후속 방산 사업에서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이번 트랙레코드는 글로벌 방산 파트너십을 추진할 때 가장 강력한 신뢰의 명함이 될 것이다.

중국의 10년 우위가 제도로 막혀버린 지금, 글로벌 방산 공급망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의 창은 그리 길지 않다. 세계 각국이 자국 드론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지금, 먼저 신뢰를 쌓고 납품 이력을 선점하는 기업이 다음 10년의 글로벌 공급망을 움켜쥐게 된다. 이번 육군 교육용 드론 사업은 세계 무대를 향해 K-드론이 찍은 첫 번째 공식 도장이자, 자주국방의 토대를 산업으로 증명해 낸 의미 있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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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산전시회에 나온 드론들 [사진=뉴스로드]



출처 : 뉴스로드(http://www.newsroad.co.kr)

  • 입력 2026.06.30 10:22